[민족의학신문]노영범 회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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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범 회장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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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변증론치 허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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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가 노영범 복치의학회장이 본지와 대담(747호)에서 밝힌 발언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왔다. 본지는 건강한 토론마당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김남일 교수의 반박문을 전재한다. 이번 지상 토론이 1회성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한의계 전체의 토론문화 활성화에 기여했으면 싶다. -편집자 주 노영범 회장님께 ① “상한론은 인체를 다룬 유일한 의학서다. 양방은 동물실험 의학서다. 황제내경 동의보감은 의학 이론서이지 임상 지침서가 아니다. 때문에 변증론치는 허구다. 우주에서 이뤄지는 이치로 인체를 고치겠다는 것인데,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꿰맞춘 것이다.”(“복치의학회는 고법의학을 연구한다. 고법의학의 특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노회장님께서 하신 답변) 저는 노 회장님께서 쓰신 책도 구매하여 그 내용의 뛰어남에 감동한 바가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그동안 선택과목으로 강의하실 때 수많은 학생이 ‘노영범 교수님’이라고 호칭해 가면서 학문적 어른으로 모시는 모습을 보면서 학문적 능력과 업적에 대해 존경해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위 진술을 보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상한론만이 인체를 다룬 유일한 의학서”라고 하신 말씀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상한론은 치료법과 치료처방을 위주로 한 책으로서 그러한 이법방약이 있음으로 해서 인체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면에서 인체를 다룬 의학서라고 보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인체를 다루지 않은 의학서는 그다지 찾아보기 어렵다고 봅니다. 아니면 길익동동의 약징이라는 책에서 복진에 대한 내용이 나오므로 약징의 인체의복부를 통해 진단하는 고유한 진단법이 인체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인식하시기 때문에 약징의 맥락에서 상한론만이 인체를 다룬 유일한 의학서라고 판단하신 것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여하튼 하신 말씀을 검토해 보면 상한론을 제외한 나머지 의서는 전혀 인체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 않는 의서로 여기신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황제내경 동의보감은 의학 이론서이지 임상 지침서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바로 뒤에 하신 말씀인 “때문에 변증론치는 허구다”라는 말씀의 논리적 근거로 삼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때문에”라는 말로 이어져 있어서 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우주에서 이뤄지는 이치로 인체를 고치겠다는 것인데,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꿰맞춘 것이다”라는 근거를 대시고 계십니다. 회장님께서 이와 같은 말씀을 과감하게 하시는 데에는 기존의 변증론치가 가지고 있는 폐해를 일거에 일소하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페러다임을 가진 신의학체계로서 복치의학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한의학에 미치는 폐해는 마치 “동족상잔”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은 의학이론만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동의보감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동의보감의 앞 부분 신형편에 나오는 도가적인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에서 미미하고 나머지 부분에서 대부분 임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형편에 나오는 도가적 내용조차도 대부분 임상과 밀접한 관련 속에서 이야기 되는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동의보감이 임상지침서로서 자격이 없다는 말씀은 어패가 있습니다. 황제내경의 경우에도 이론을 의경파와 경방파의 학설이 이어져 온 가운데 의경파의 계열로 이어져 특히 금원사대가류의 의가들의 임상지침서가 되어 현대 한의학에까지 밀접하게 이어지고 있는 임상지침서로서의 자격을 갖춘 의서입니다. 그러므로,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의 맥락은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봅니다. ② “체질 구분은 필요없다. 사상의학은 이제마 선생이 독창적으로 해석하고 집대성했으나 결국은 양생법이다. 치료의학이 아니다. 재연성과 통일성이 있어야 의학이고 과학이다.” 이 말씀은 사상의학이 양생법이고 치료의학이 아니므로 “체질 구분은 필요없다”는 말씀으로, 이러한 하자로 인하여 재연성과 통일성이 부족해서 의학이나 과학의 축에도 못 든다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사상의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제가 보기에도 사상의학을 “치료의학이 아니다”라고 하신 말씀은 무언가 동의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③ “준비를 많이 했다. 처음엔 멋모르고 인준의 정당성만 주장하다 호되게 당했다. 우리 학회의 경우 세력이 크니까 더 경계하더라. 어쨌든 일 잘하고 충성도 높은 회원들 덕분에 비교적 빨리 정회원에 올랐다”, “존재 가치가 희박하다고 여기던 학회가 진입 자체를 막아 분개하고 마음도 많이 상했다.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변화의 촉매제가 되려 한다” 위의 말씀은 대한한의학회의 인준과정에 대한 것을 짚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대한한의학회에서 인준 관련한 일에 관여된 한 사람으로서 회장님께서 크게 오해하고 계신 것 같아서 한 말씀 올립니다. 2008년 2월15일 당시의 자료에 의하면 복치의학회가 준회원 인준 심사에서 탈락한 것에 대해 공문에는 “준회원 학회로 인준 신청한 복치의학회는 금일까지 총회를 통한 회칙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격 미달로 인준을 반려하기로 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회장님 학회로 발송하였고 이에 승복하셨기에 이듬해에 다시 도전하시게 되신 것입니다. 그 때 충분한 서류가 갖추어졌고 활동능력이 있다고 대한한의학회 이사회에서 판단하여 투표를 통해 준회원으로 승인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회장님께서 발언하신 “존재 가치가 희박하다고 여기던 학회가 진입 자체를 막았다”는 것은 회장님 개인의 판단이며 그러한 일은 한의학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이 점에 대해 인정하신다면 대한한의학회의 인증심의에 대해 말씀하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시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복치의학”이라는 학문은 한국에서 아직까지 생경한 상황입니다. 회장님께서 밝혔듯이 복치의학이 길익동동의 약징이라는 책을 근간으로 높은 치료율을 자랑하는 우수한 학문체계라는 것은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근원이 일본의 상한론이라는 것은 한국에서 앞으로 검증하면서 더욱 많은 치료 데이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역사적 과제를 지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에서 일본식 상한론이 들어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부터 입니다. 초창기 한의학 학술잡지에서 일본의 고방 관련 글들을 번역해서 한국의 의생들을 교육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되었고 이에는 일제의 보이지 않는 압력도 존재했다고 봅니다. 해방 후 몇몇 유지 한의사들이 일본의 고방 상한론에 대한 저술과 학술교류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지향해온 것은 장부를 중심으로 한 내상잡병 중심의 의학체계가 치료경험을 축적하면서 발전해온 나라입니다. 한의학회에서 회장님의 학회를 정회원으로까지 인정한 것은 회장님의 학회의 학문이 한국 한의계를 평정하여 기존의 기득권 변증논치 의학을 파괴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학문으로서 존립가치가 있고 연구가치가 있으므로 연구를 통해 한의학을 발전시킬 학문체계로서의 자격을 인정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어떤 계파나 정치세력도 개입할 수 없는 신성한 결정입니다. 우리 스스로 한의학회 같은 권위가 있어야 할 단체의 권위를 각하하는 것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합니다. 또 하나 회장님께서 연세대 의대와 가천의대 대학원에 다니는 회원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할 것이며 그 이유로 정체성과 인체기전에 대한 연구를 위한 것이라고 하신 것을 보면서, 한의대 대학원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지만, 그런 연구가 앞으로 한의대 대학원에서 이루어지도록 우선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느껴집니다. 말씀하신 발언을 잘못 해석하면 정체성이나 인체기전에 대한 연구가 그와 같은 의과대학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고 현재 한의대 대학원에서는 전혀 이루질 수 없다고 느껴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드린 말씀 가운데 기분을 언짢게 해드린 것이 있다면 부디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공통적으로 한의학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글이 나오게 되었다는 점을 상기하시고 저의 좁은 소견을 용서하세요. 그럼 앞으로 회장님의 학회가 한의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학회가 되기를 기원하며 회장님의 앞길에 행운만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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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민족의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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