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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 한 해를 되돌아 보며 역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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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메디캐스트
댓글 0건 조회 14,852회 작성일 09-12-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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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되돌아 보며 역사를 생각한다

최근 대한한의학회는 중요한 역사 하나를 새로 찾게 되었다. 학회 로고 등록절차를 밟기 위해 등기를 열람하는 과정에서 1953년 1월31일 대한한의학회가 사단법인으로 설립 허가가 나고 1954년 9월20일 자로 법인이 성립되어 법인 등록을 마쳤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피난 시절인 1951년 9월25일, 임시수도 부산에서 열렸던 제2대 국회에서 한의사 제도를 포함하는 국민의료법이 제정/공포되었고, 그 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우리 선배들은 대한한의학회를 결성하고 사단법인으로 등록까지 했던 것이다.

역사란 이런 것이다.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한의학은 우리 선배들의 한의학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의해 이어져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다. 50여 년 전 우리 선배들이 학회를 결성하여 지금의 대한한의학회가 있는 것처럼 지난 수천 년 동안 醫者로서 자신들에게 맡겨진 시대적 소명을 다했던 수많은 선배의 노력에 의해 지금의 한의학이 존재한다. 새삼스레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한의학의 현재가 과거 어느 때에 시작되어 흘러온 것이듯이 지금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과, 이로부터 나온 말과 글과 행위들은 장차 한의학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이미 우리 개인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진료실에서 행하는 진료행위 하나하나도 머잖은 장래에 다 역사가 될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일거수일투족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선배들 열정‧ 노력의 결정체가 오늘날 한의학
우리는 모두 역사적 존재임을 망각해선 곤란
결단을 요구받는 지도자들 ‘寶鑑’은 역사의식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너무나 쉽게 한의학의 역사성과, 이 시대,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역사적 존재라는 것을 망각한다. 마치 우리가 매일 숨 쉬고 있는 공기의 존재를 망각하듯이. 그래서 헤겔은 역사로부터 배우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서 있다. 시간은 흐르고 흐르는 것이지만 우리는 시간에 눈금을 그어 무언가를 매듭 짓고 새롭게 출발하기를 원한다. 올 한해 한의계에 있었던 많은 일들도 이제 곧 한의학의 역사가 될 것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변혁기에 서 있는 우리 한의계에 필요한 것이 역사의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고비마다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지도자들에게 역사는 더더욱 중요한 ‘寶鑑’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지도자들, 그리고 앞으로 한의계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려는 사람들은 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한의학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자신들이 내린 결정과 취한 행동이 현재와 미래의 한의학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역사에 대한 소양과 통찰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내년 한의사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자천 타천 여러 후보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역사의식을 갖춘 좋은 회장이 선출되기 바란다. 그러나 회장의 수준은 절대로 회원들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회장을 모시고 싶으면 우리 스스로가 역사에 대해 깨어있어야 한다. 역사를 의식하면서 언행과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생각해 보는 평범한 진리다.

이충열/ 경원대 한의대 교수